번아웃 증후군이란?
정신적 탈진, 소진(燒盡)을 의미하는 번아웃(burnout)은 어떤 직무를 맡는 도중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을 통칭하는 말로,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인 증상으로 일과 학업에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에너지 고갈 현상, 피로도 증가, 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증가, 업무 능력 감소, 정신적 거리감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번아웃 증상은 일과 학업이 일상생활과의 구분 없이 섞여 업무 스트레스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며, 학계의 연구자, 학업을 진행하는 대학원생, 연구생들이 겪는 번아웃 현상을 특별히, 학업 소진(academic burnout)이라 부르기도 한다. 노이로제와 같이 특정한 개인적 성향을 가진 일꾼들이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경향이 있다.
정신건강센터에서 일하는 치료자들이 느끼는 탈진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게 이 용어의 시초다. 여기서 볼 수 있듯 시작은 클라이언트를 상대해야 하는 간호사, 사회복지사, 변호사 등의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한 단어지만, 2010년대에는 직장인이 흔히 느낄 수 있는 업무능력 및 열정의 약화를 설명하는 형태로 사용 중이다. 2019년 5월 세계 보건기구(WHO)는 제11차 국제 질병 표준 분류 기준(ICD-11)에서 번아웃 증후군을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 관련 문제 현상으로 추가하였다.
번아웃 증후군은 단지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뜻하는 말은 아니다.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심각한, 심지가 다 타버린 촛불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의욕과 동기를 완전히 상실하고, 자존감이 저하되고, 냉소적으로 변하게 된다.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 모두에 영향을 미쳐 일상적인 업무를 진행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일과 삶이 피폐해지게 된다. 번아웃 증후군과 만성 스트레스, 정신적 피로 등의 증상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각 증상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증상의 대부분이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에 동반된다. 번아웃 증후군은 일상생활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보통 직장 문제와 관련되어 있거나 직장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번아웃 증후군은 만성적이지 않고 빠르게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의 원인
번아웃 증후군은 스트레스, 피로, 직장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발생한다. 스트레스와는 달리 번아웃 증후군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슬금슬금 시작되다가, 걸렸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는 그 증상을 눈치채지 못할 수 있다. 직장에서 받는 좌절감이 피로로, 피로가 좌절감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여기에 만성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하게 된다. 직장 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게 있다. 일이나 업무량을 제어할 수 없다는 느낌일 수도 있고, 상사의 잔소리가 너무 심해 일상의 자율성을 침해받고 있다는 느낌일 수도 있다. 그러다가 무력감에 빠지게 되는데, 상사의 기대치를 분명하게 알 수 없을 때도 찾아오기도 한다. 어디까지 나의 책임인지도 불분명하고, 업무를 제어하거나 기여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할 수 있다.
업무의 특성으로 인해 번아웃 증후군이 생길 수도 있다. 일관성 있는 업무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경험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업무가 내가 원하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직업 만족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업무가 단조롭고, 지루하고,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복잡하거나 혼란스러울 수도 있고, 여기저기서 새로운 요청이 들어오며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것들을 관리하는 것만으로 벅차, 실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사소한 업무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느라 야근 없이는 중요한 업무를 끝내지 못한다. 너무 열심히, 오랜 시간을 일하는 것에는 그만큼의 대가가 따른다.
대체로 본인의 업무에 만족한다고 해도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지면 에너지가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언제나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본인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업무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너무 단순하거나 기계적인 일도 번아웃 증후군을 야기하는 또 다른 원인이다. 업무에서 도전정신을 받지 못하면 지루함과 무료함을 느끼고, 지루함 자체만으로도 에너지가 고갈된다.
번아웃 증후군은 우울증이나 불안증 같은 정신 질환을 겪고 있는 경우에 경험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일과 가정생활 등 생활 전반에서 기존에 경험하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이 고조되게 된다. 적절히 관리하지 않을 경우 번아웃 증후군은 더 넓은 범위의 정신 질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변의 누군가가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생각되면 즉시 조치를 취하도록 하자.
+ + 번아웃 증후군 원인 + +
■ 기대 미충족
■ 스트레스
- 완벽주의에 가까운 성격
- 타인과 비교하는 비교의식
번아웃 증후군의 증상은?
번아웃 증후군이 발생하면 만성적인 피로감과 함께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고 감기 등 상기도감염의 재발이 잦으며 확연하게 체력이 떨어진다. 이유 없는 체중감소, 알레르기 증상, 관절통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지만 일반적인 검사로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극심한 피로감, 전반적인 위약감, 우울감, 불면증과 함께 예민하고 쉽게 화를 내거나 어지럽고 실신을 하기도 한다.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완벽주의적 성격을 보이며 좌절감과 공포감, 강박적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는 졸린 증상보다는 쉬고 싶다는 욕망이 강할 수 있고 불면증, 맥박이나 호흡이 빨라지며 식욕감퇴나 심한 불안감을 보일 수 있다. 위장관계에 관련된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데 명치 부위가 뻐근하거나 긁는 것 같은 불편함을 느낀다.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거나 밥맛이 떨어지며 배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된다. 비뇨생식기계 증상으로는 밤에 소변을 보는 것과 생리 전 긴장감이나 월경통 등이 있다. 심혈관계로는 두근거림, 잦은 맥박이나 느린 맥이 나타날 수 있다. 근골격계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흉쇄유돌근 및 승모근의 긴장과 통증, 요통 등이며 뇌신경계 계통으로는 두통이나 회전성 어지럼증, 이명 등이 나타난다.
이외에도 음식이나 약물에 알레르기 반응이 잘 생기고, 술을 전보다 못 견디며 짠 음식이나 단 음식을 갈구하는 현상이 있다. 감별이 필요한 증상으로는 탈진, 무력증이 있다. 먼저 탈진은 신경학적 기전에 의해 생기는데 세포 기능의 부전, 간독성, 과도한 사이토카인의 분비 등에 의해 발생한다. 무력증은 오후 늦은 시간에 심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증상으로, 이는 내분비 장애로 인한 저혈당 증상이나 알레르기 반응에 의한 히스타민의 증가 또는 부족, 저혈압으로 발생한다. 번아웃 증후군이 심해지면 일상적인 생활이나 가벼운 운동에도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 과로 후 전신 무력감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상기도감염 : 코, 인두, 후두, 기관 등 상기도의 감염성 염증 질환
번아웃 증후군을 진단하는 방법은?
비정상적으로 피곤하고 기분이 저하된 느낌이 든다면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을 수 있다. 신체적 증상으로는 무기력함, 체력 저하 등이 있고, 면역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평소보다 자주 아프다면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식욕과 수면 패턴의 변화, 두통, 근육통도 번아웃 증후군의 증상일 수 있다. 정신적인 측면에서 보면 비관적인 생각에 매몰되거나, 무력감, 절망,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의욕 저하는 번아웃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고된 업무나 사회생활을 피하고,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루는 등 행동적인 면에서도 변화가 생긴다. 번아웃 증후군은 슬픔이나 절망, 분노, 좌절감에 빠질 수 있고, 이러한 좌절감을 부정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감정이 완전히 메말라 직장 생활과 사회생활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은 모두 생산성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하다. 팀과 개인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지만 징후만 잘 파악한다면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
+ + 번아웃 증후군 자가 진단 + +
■ 최근 짜증이 늘고, 불안감이 느껴지고 화가 치솟는다.
■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몸이 너무 지쳤다.
■ 일을 마치면 녹초가 된다.
■ 아침에 출근할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 하는 일에 부담감, 긴장감을 느낀다.
■ 무기력하고 싫증이 느껴진다.
■ 해야 하는 일에 관심조차 없다.
■ 해야 하는 일에 소극적, 방어적이다.
■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
■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쾌락 요소(폭식, 음주, 흡연 등)만 찾는다.
이 중 3개 이상 해당하는 증상이 있다면 번아웃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번아웃 증후군의 증상은 우울증 증상과 상당히 비슷하다. 많은 사람이 자가 진단으로 번아웃 증후군에 걸렸는지 확인하지만, 증상이 악화할 때까지 내버려 둔다. 증상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번아웃 증후군을 치료하는 방법과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전혀 다르다. 두 가지를 모두 겪고 있다고 생각될 경우, MBI(Maslach Burnout Inventory) 등의 진단 도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하고, 치료 방법을 처방해 줄 수 있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상사에게 본인의 상태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말을 해야만 주변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도움을 청하는 것이야말로 본인과 팀, 회사 모두에게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본인 스스로가 잘 먹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 체력과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 이 모든 요건들을 충족하며 습관을 바꿔 나가면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약간의 휴식과 요양만으로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의 예방방법은?
먼저 내가 스트레스에 압도되고 있지는 않는지, 소진되지는 않는지를 돌아보고 나의 상태를 인식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건강한 방식으로 해소해야 하는데, 먼저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스트레스 요인들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트레스 요인들 중, 줄일 수 있는 스트레스는 도망가지 말고 부딪혀서 해결한다. 하지만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는 나에게 그런 스트레스가 지금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스트레스로 인해 짓눌려 있는 나 자신의 마음에 적극적인 위로를 해줘야 한다. 충분히 수용이 되고 위로가 되어야 스트레스 요인을 경감시키기 위하여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할 힘이 생길 수 있다.
스트레스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이 있다. 회복탄력성은 스트레스로부터 괴로움을 겪었던 우리의 마음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회복력을 의미하며, 마음의 근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회복탄력성은 스트레스가 우리를 괴롭게 할 수는 있어도 우리의 존재와 존엄성을 흔들 수는 없다는 것을 믿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스트레스 상황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이 상황을 헤쳐 나갈 용기와 주도권이 여전히 나에게 있다는 것을 믿는 것 등으로 나올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은 회복탄력성을 키워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 충분한 수면
스스로가 가장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찾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도록 한다. 불면은 부신 고갈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수면 환경의 개선과 이완 요법 등 깊은 잠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개인에게 맞도록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면역력을 강화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저녁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는 깊은 잠을 자야 한다.
■ 충분한 영양섭취와 적절한 운동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골고루 먹되 커피나 술, 음료수, 담배 등 자극적인 음식, 인공감미료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은 피한다. 운동은 단계에 맞게 적절히 조정한다. 심한 단계(탈진)에서는 오히려 운동이 회복을 방해한다. 점진적으로 운동의 강도와 빈도를 높이는 등급별 운동처방(graded exercise treatment)이 유효하다. 비타민, 마그네슘 및 기타 미네랄, 엘카르니틴(L-carnitine) 등의 보조제를 복용하는 것도 추천된다. 가벼운 운동은 깊은 호흡과 긴장 이완을 통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자율신경의 하나인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해 면역계를 자극한다. 운동은 면역 세포와 림프액의 흐름을 활발하게 한다.
음식은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만성피로 증상을 완화하고 면역력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단백질과 염분의 지나친 섭취는 칼슘의 흡수를 저하하거나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단백질의 경우 kg당 2g이 넘지 않도록 한다. 탄수화물 대사로 생산되는 에너지의 저장과 방출에 관여하고 단백질 및 DNA 합성의 역할을 하는 마그네슘도 충분히 섭취한다. 보통 하루 200-400mg(섭취 권고량 280mg)을 음식과 함께 먹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칼슘의 보충도 필요하다.
번아웃 증후군의 치료방법은?
번아웃 증후군은 약물치료보다는 영양 섭취와 휴식 등 생활습관 교정과 스트레스 관리 등으로 치료한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생활양식과 사고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완반응 및 인지행동요법을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해 생활습관 교정에 힘써야 한다. 환자의 상태에 맞춘 스트레스 관리법으로 횡격막(복식) 호흡법, 자율 훈련법(autogenic training), 점진적 근긴장이완법(progressive muscle relaxation),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인지행동요법, 명상 등을 활용해 치료한다.
번아웃 증후군과 우울증의 차이점
우울증은 수면장애, 식욕부진 등의 신체적인 증상과 사회 현상에 대한 무관심, 고립으로 이어지는 질환인 반면, 번아웃 증후군은 말 그대로 하나의 증후군일 뿐 의학적으로 병으로 볼만한 정신 질환은 아니다. 일에서 찾아오는 허탈감, 피로감, 무기력증 등의 증상들을 이야기할 뿐이다. 번아웃 증후군이 심해지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기에 스스로 증상을 파악하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
번아웃 증후군과 우울증의 특징
번아웃 증후군 | 우울증 | |
증상 | 감정적, 정신적 소모가 클 때 성취감이 줄었을 때 업무 능력이 저하될 때 |
우울감이 지속될 때 일상에 느끼는 흥미를 잃었을 때 |
공통점 | 극심한 탈진 행복하지 않을 때 업무 능력 저하 |
|
연관성 | 일과 연관된 경우 | 모든 일상의 경우 |
상태 | 종종 긍정적인 감정이 표출됨 | 슬픔, 감정에 무딤 |
생각 | 일에 생각이 집중되어 있음 자존감이 남아있음 |
희망이 없다고 느낌 자살충동이 생김 자존감이 현저하게 낮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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